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꿍-’ 소리.
화면에 몬스터는 아직 안 나왔지만, 소리만으로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죠.
그 괴물의 존재감,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바로, 몬스터 사운드 디자인 덕분입니다.
오늘은 게임과 영화 속에서 괴물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사운드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자세히 파헤쳐보려 합니다.

1. 왜 몬스터 소리는 특별한가?
일반적인 인간 캐릭터는 대사나 일상적인 소음으로 표현되지만, 몬스터는 다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 소리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죠.
게다가 단순히 “무섭게”만 들리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 몬스터가 지능이 있는지, 사나운지, 기괴한지, 혹은 슬픈 존재인지까지
소리를 통해 전달돼야 플레이어는 더 몰입할 수 있어요.
2. 몬스터 소리의 핵심 기법 – ‘혼합’과 ‘변조’
대부분의 몬스터 소리는 다양한 소리 소스를 레이어링(Layering)하고
그걸 변조(Modulation)하여 만들어집니다.
기본적으로는 아래 세 가지를 섞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실제 동물의 울음소리 (사자, 코끼리, 돼지 등)
- 사람의 비명, 숨소리, 쉰 목소리
- Foley 사운드 (젤리 찢기, 금속 마찰, 나무 부러짐 등)
그리고 이 소리들을 다양한 이펙터로 가공합니다:
- Pitch Shift (피치 변조): 저음을 내거나 고음을 올림
- Formant Shift (포먼트 변화): 성대 구조를 바꾼 것처럼 들리게
- Reverse (역재생): 방향성을 잃은 공포감 연출
- Time Stretch (시간 늘리기): 느리고 긴장감 넘치는 소리로
예: ‘레지던트 이블 2 리메이크’의 타이런트는 인간 숨소리와 악기 리버브를 섞어 만든 저음 포효로 유명합니다.
3. 소리의 재료는 어디서 얻을까?
몬스터 소리를 만들기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소리를 수집합니다.
직접 마이크로 녹음하거나, 샘플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기도 하죠.
🎙 Foley 소스 예시:
- 젤리 찢는 소리 → 내장이 튀어나오는 소리
- 고무장갑을 당겼다 놓는 소리 → 뮤타트 변이 괴물의 점액질 느낌
- 과일 으깨기 (멜론, 파인애플) → 골절 & 터지는 느낌
- 플라스틱 병을 비틀기 → 곤충형 괴물 날갯짓
게다가 사람의 입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쉰 목소리로 “허르르르…”하고 으르렁대거나,
혀를 입천장에 튕기며 뾱-뾱- 소리를 내는 등 구강음은 예상보다 강력한 사운드 소스예요.
4. 몬스터 타입별 사운드 레시피
몬스터 유형 | 특징 | 사운드 제작 팁 |
---|---|---|
거대 괴수형 | 크고 느림, 낮은 주파수 | 코끼리·곰 소리 + 사람 숨소리 + 리버브 |
곤충형 괴물 | 날렵하고 작은 몸체 | 벌, 바퀴벌레 날갯짓 + 딸깍·팍팍 소리 |
인간형 변이체 | 말할 듯 말 못하는 느낌 | 속삭임 + 침 뱉는 소리 + 딜레이 이펙트 |
기생충/슬라임형 | 젤리처럼 흐르는 이미지 | 습기 있는 Foley + 역재생 리버브 |
각 캐릭터에 맞는 성격과 외형을 고려하여, 소리의 질감도 달라져야 합니다.
성격이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5. 게임 안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단순히 “무서운 소리” 하나만 만들어서 게임에 넣는 건 아니죠.
현대 게임 오디오는 아래처럼 굉장히 정교하게 구성됩니다:
🎮 몬스터 사운드 구성 요소:
- 기본 루프: 존재감을 나타내는 지속음
- 행동 트리거: 걷기, 달리기, 공격, 피격, 죽음
- 거리 기반 믹싱: 멀리서 들릴 때는 저음만 남기거나 에코만 강조
- 3D 오디오 포지셔닝: 왼쪽 위에서 접근 중인지 오른쪽 아래에서 튀어나오는지 방향 지정
- 감정 상태 변화: 체력이 낮거나 화나면 음색도 공격적으로 변형
보통 Wwise나 FMOD 같은 미들웨어에서 이 모든 요소를 통합 제어합니다.
6.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존재감’
몬스터는 처음 등장할 때보다 등장하기 전의 순간이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소리 하나로, 화면이 아닌 플레이어의 상상 속에서 괴물을 먼저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좋은 몬스터 사운드 디자인이 가진 힘이죠.
사운드를 만든다는 건,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감정, 생명, 존재감을 불어넣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