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는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독특한 시각 효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그림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걸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운드에 숨겨져 있습니다.
‘모노노케’의 사운드는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를 파고들고, 공포감을 조성하며, 때로는 서사를 직접적으로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모노노케’의 소리가 어떻게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보적인 미학을 완성하는지, 그 비밀을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모노노케의 기본 줄거리 – ‘약장수’와 원령의 만남
‘모노노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약장수’가 각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모노노케(원령)를 만나 퇴치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약장수가 모노노케를 베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조건, 즉 형태(모노노케의 모습), 내력(형성된 이유), 까닭(인간의 감정)을 밝혀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괴물 퇴치를 넘어, 원령이 품고 있는 인간의 욕망, 슬픔, 분노를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가 됩니다.
2024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극장판 ‘모노노케: 우중망령’ 역시 이 틀을 따릅니다.
배경은 에도 시대의 오오쿠(大奥)로 바뀌었지만, ‘형태’, ‘내력’, ‘까닭’을 밝히는 퇴마의 과정은 동일하게 이어져 TV 시리즈의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캡쳐
2. ‘모노노케’의 사운드가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
‘모노노케’의 사운드는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관객이 작품 속 세계와 교감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① 공포와 서사를 동시에 담는 음악
‘모노노케’의 OST는 작곡가 타카나시 야스하루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서양의 하프시코드와 일본의 전통 악기인 코토(거문고), 샤미센(삼현금), 샤쿠하치(피리), 타이코(북) 등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독특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불안한 평온함’을 조성하는 불협화음
- 전통 악기들은 보통 고풍스럽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지만, ‘모노노케’에서는 불협화음과 불규칙한 리듬으로 미묘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특히 OST 트랙 중 ‘Ononoki’와 ‘Abunage’는 잔잔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듯한 소리로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아름다운 그림체 뒤에 숨겨진 기괴하고 섬뜩한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 전통 악기들은 보통 고풍스럽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지만, ‘모노노케’에서는 불협화음과 불규칙한 리듬으로 미묘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 서사 그 자체가 되는 OST
- ‘모노노케’의 음악은 단순히 장면에 깔리는 배경음이 아닙니다.
모노노케의 원한이 깊어질수록, 또는 인물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날수록 특정 테마곡이 변주됩니다.
이는 사운드만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인상을 주며, 관객이 눈으로 보는 서사 외에 청각을 통해 또 다른 층위의 서사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 ‘모노노케’의 음악은 단순히 장면에 깔리는 배경음이 아닙니다.
② ‘약장수’의 도구가 내는 소리 – 서사의 시작과 끝
약장수가 사용하는 도구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이 도구들이 내는 소리는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을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방울 소리
- 약장수가 가지고 다니는 방울 소리는 모노노케의 기운을 감지할 때마다 울립니다.
이 소리는 관객에게 미지의 존재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이자, 동시에 모노노케가 지닌 비극적인 사연이 시작됨을 알리는 프롤로그 역할을 합니다.
- 약장수가 가지고 다니는 방울 소리는 모노노케의 기운을 감지할 때마다 울립니다.
- 퇴마의 검
- 약장수의 상징인 퇴마의 검은 ‘형태’, ‘내력’, ‘까닭’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만 봉인이 풀립니다.
이 순간 검이 내는 “카칭!”하는 날카로운 소리는 단순히 검이 뽑히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는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음을 선언하며, 모든 비극의 원인이 해소되는 클라이맥스를 알리는 신호입니다.
이 소리는 ‘모노노케’의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순간을 알리는 명확한 서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 약장수의 상징인 퇴마의 검은 ‘형태’, ‘내력’, ‘까닭’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만 봉인이 풀립니다.

출처 – 넷플릭스 캡쳐
3. 사운드와 시각 효과의 완벽한 조화
‘모노노케’의 가장 큰 특징은 우키요에(浮世絵)와 와시(和紙) 질감을 활용한 독특한 시각 스타일입니다.
종이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비현실적인 그림체는 전통 악기와 불협화음을 결합한 사운드와 만나 시너지를 냅니다.
- 공간의 왜곡을 표현하는 입체 음향
- 3D와 2D의 경계가 모호한 독특한 화면 연출은 입체적인 음향과 결합하여 관객의 방향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인물의 목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들리거나, 특정 소리가 공간을 왜곡시키는 것처럼 들리면서 작품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이는 사운드가 시각적 경험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감각적 혼란을 유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 3D와 2D의 경계가 모호한 독특한 화면 연출은 입체적인 음향과 결합하여 관객의 방향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출처 – 넷플릭스 캡쳐
4. ‘모노노케’만의 특별함 – 다른 작품과의 비교
‘모노노케’의 사운드 디자인은 다른 심리 스릴러나 호러 애니메이션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 ‘데스노트’의 웅장함과의 대비
- ‘데스노트’는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과장된 행동과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용합니다.
이는 주인공의 거대한 야망과 극단적인 심리를 잘 드러내지만, ‘모노노케’의 섬세하고 내면적인 공포와는 거리가 멉니다.
‘모노노케’는 웅장한 음악 대신 미니멀하고 불안정한 사운드로 심리적 압박을 가합니다.
- ‘데스노트’는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과장된 행동과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용합니다.
- ‘공각기동대’의 정교함과의 차이
-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공각기동대’는 ‘스카이워커 사운드’가 담당한 정교하고 입체적인 음향 효과로 명성이 높습니다.
‘모노노케’ 역시 입체 음향을 활용하지만, 이는 총격전이나 기계음 대신 ‘와시’ 질감과 같은 비현실적인 소리를 통해 내면의 공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합니다.
-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공각기동대’는 ‘스카이워커 사운드’가 담당한 정교하고 입체적인 음향 효과로 명성이 높습니다.
‘모노노케’의 사운드는 이처럼 단순히 오감을 자극하는 배경 요소가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물의 감정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합니다.
만약 ‘모노노케’를 다시 보게 된다면, 독특한 시각 효과뿐만 아니라 약장수의 방울 소리, 퇴마의 검이 내는 소리, 그리고 섬뜩하게 변주되는 배경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분명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